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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연의 이민짬밥> 징하다, 스마트 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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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스마트 폰을 장만했습니다.  그간  주위에서 왜 스마트 폰 없이 사냐고 물을 때면 “ 사람이 스마트하니 전화는 좀 덤(dumb- 모자란, 멍청한)해도 괜찮습니다.”라며 농으로 넘기곤 했습니다.

 

실은 붙박인 듯  일상이  단순하기  때문에 스마트 폰이 없어도  아무 불편을 못 느낀다는 것이 진짜 이유이지만요.  오는 전화 받고, 필요한 전화 걸 수 있는 것으로 휴대 전화기의 용도는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것도 또 다른 이유입니다. 

 

지인 중에는 스마트 폰은 고사하고 휴대 전화 자체를 소유하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그분은 스스로 이 시대의 마지막  아날로그형 인간으로 남고자 하는 몸부림 같은 거라고 했습니다. 휴대전화를 지니지 않음으로 해서 거기에 매이지 않는 ‘참 자유’를 누릴 수 있다는 말을 덧붙여.   

 

그 정도는 아니라 해도 저 역시 시간을 도막내고 종당엔 가루로 만들어 버릴 듯, 매 순간 집중력을 흩트리는 스마트 폰에 이리저리 끌려다니지 않으려고 지금껏  구식 전화기를 고수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스마트 폰을 가지는 순간, 스스로 더 외로워지고, 더 허전해지고, 더 공허해진다는 것을, 주변을 더 외롭게 하고, 더 허전하게 하고, 더 공허하게 만든다는 것을  타인들을 통해 충분히 확인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누군가와 당장 급하지도 않은, 긴요하지도 않은 메시지를 주고받느라 한 공간에 있는 가족, 친구와는 눈 한 번 맞추는 것에도 인색한, 대화의 중턱을 자르고 끼어드는 무례한 신호음에 오히려 반색을 하는, 함께 식사를 하면서도 눈길과 손길로 전화기를 수시로 애무하는, 터무니없으나 이미 현대인의 일상이 되어버린 관계의 피폐함 속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았던 것입니다. 

 

독서는커녕 제대로 된 글 한 줄, 완성된 한 문장을 읽는 인내심마저 잃은 채 , 멍하니 있으면 차라리 유익할 것을 전화기를 쓰다듬고 어루만지며 시간을 죽이고 삶을 축내는 그 무서운 중독성에 진저리를 칠 때가 있습니다.

 

이역만리 떨어져 고국의 가족들과 보름 걸리던 서신교환에 황감하던 때가 엊그제 같건만 메일의   ‘엔터’ 키를 누르는 동시에 수신확인을 기대하는 염치는 또 얼마나 황당한지요. 

 

육필 편지의  답장을 기다리는  설레임,  간절함, 부푼 상상력, 기대감 등을 잃어버린 지는 이미 오래지만 겨우 1 시간 내에 오지 않는 답신에도 간조증을 내는 그런 졸갑증, 그런 삭막함이라니요… 

 

그렇게까지 스마트 폰을 ‘증오’하면서 뭣 때문에 전화기를 바꿨냐고 물으신다면, 사진을 찍고 싶어서라고 말씀드리렵니다. 이 아름다운 호주의 자연을  사진에 담아 글로 묘사하고 싶어서입니다. ‘사진이 있는 글’을 써보고 싶은 욕심 때문입니다.

 

이제 스마트 폰을 가지니 김흥숙 시인의  한영시집 <숲>에 나오는 시, ‘기다림’이 문득 생각납니다.김 시인님께 미리 용서를 구하지 않은 채 매우 외람되지만  그 시를 이렇게 패러디해 봅니다.

 

<기다림>

숲이 너무 아름답다고
애인에게 전화하면 안 된다

그가 가겠노라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기다림이 시작된다

나무들처럼 기다릴 수 없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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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이 너무 아름답다고
남편에게 사 달라면  안 된다

그가 사 주겠다고 말하는 순간
당신의 기다림이 시작된다

육필 서신처럼  기다릴 수 없다면
아예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이제 저도 ‘오지도 않을’  전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 쪽지, 카톡 등을 기다리며, ‘오지도 않은’  전화, 이메일, 문자 메시지, 쪽지, 카톡 등을 습관인 양, 일없이 확인하게 될 것입니다.

 

내 블로그에 몇 명이나 들어왔나, 내 글을 얼마나 읽었나, 댓글이 몇 개나 달렸나를 시시때때로 점검하며, 이상한 허전함과 초조함과 조바심을 갖다가 급기야 묘한 소외감과 알 수 없는 서운함, 자잘한 원망마저 드는 그런 나날을 보내게 될 것입니다.  

ayounshin@hotmail.com
2013-06-07 15: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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