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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원주민 '도둑맞은 세대'에 공식 사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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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주는 13일 연방의회에서 과거 백인정부가 원주민 동화정책의 일환으로 원주민 자녀들을 부모로부터 강제 격리시켰던 이른바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s)에 공식 사과함으로써 역사적 과오를 바로잡고 진정한 흑백화해의 길을 열었다.

 

  지난해 12월 집권한 노동당 정부의 케빈 러드 호주총리는 제42대 연방의회 개원 이튿날인 이날 제니 맥클린 원주민부 장관과 함께 캔버라 연방의회 의사당에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장, 오전 9시 정각 역사적인 사과문을 낭독했다.

 

  모두 361개 단어로 구성된 사과문은 호주 연방 및 각주 의회 의원들과 전직 총리, 원주민사회 대표 등 수백명의 참석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3분간 낭독됐다. 이날 사과 행사에는 생존한 전직 총리 가운데 유일하게 존 하워드 전 총리(자유-국민당 연합)만 불참했다.

 

  '도둑맞은 세대'는 과거 오랜 기간에 걸쳐 시행한 원주민 동화정책에 따라 부모로부터 강제 격리돼 백인가정이나 선교시설 등에 수용돼 이산가족의 아픔을 겪어야 했던 수천의 원주민 자녀들을 일컫는다.

 

  폴 키팅 전 노동당정부의 조치로 진상조사 특별위원회가 설치돼 1997년 하워드 정권 당시 '집으로 데려오며'(Bringing Them Home)란 조사보고서가 나와 호주 각급 정부의 공식 사과를 권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하워드 총리의 보수정권은 그동안 격리된 원주민 자녀가 결코 전체의 10%를 넘지 않기 때문에 전체를 뜻하는 '세대'로 볼 수 없다며 '도둑맞은 세대'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과거의 잘못은 현정부의 책임이 아니며 따라서 사과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러드 총리는 이날 사과문을 통해 과거 호주의회와 정부들이 도둑맞은 세대와 자손, 그 가족들에게 고통과 고난 그리고 상처를 안겨준 것에 대해 3차례 "Sorry"라고 사과했다.

 

  그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한 후 별도의 연설을 통해 국가의 사과행위에 "호주의 영혼에 얼룩진 오점"을 제거하는 의미를 부여하면서 "이제 원주민이건 비원주민이건 모든 호주인이 하나가 되어 진정으로 화해하고 참으로 위대한 국가를 함께 건설할 때가 왔다"고 선언했다.

 

  러드 총리는 또 '집으로 데려오며'에 나오는 피해자의 직접적인 증언들을 언급하면서 "고통이 이글거리며 책장들 속에서 비명을 지른다. 자녀들에게서 어머니를 물리적으로 격리시키는 그 행위의 지독한 야만성, 그 상처와 굴욕과 품격 훼손이 우리 인간성의 가장 기본적인 감각을 깊숙이 후려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이야기들이 들어달라고 울부짖고 사과하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으나 이 나라 의회는 10년이 넘도록 돌처럼 굳고 완고하며 쥐죽은 듯한 침묵으로 일관해 왔다"며 하워드 전 정권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러드 총리는 "의회가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본능조차 정지시키고 이 큰 과오를 한켠으로 제쳐둘 구실을 찾아야 하며, 도둑맞은 세대가 마치 흥미로운 사회학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역사가와 학자 그리고 문화의 전사들에게 이를 맡겨야 한다는 견해"가 있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나 도둑맞은 세대는 지적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인간들이며, 역대 의회와 정부들의 결정에 의해 깊은 상처를 입은 인간들"이라고 강조하고 "하지만 오늘로서 부정의 시대, 지연의 시대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고  선포했다.

 

  오전 9시28분 연설을 마친 러드 총리는 오래도록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우레같은 기립박수 속에 브렌난 넬슨 야당(자유-국민당 연합) 총재에게 다가가 악수를 나눈 후 제자리로 돌아가 함께 박수를 쳤다.

 

  이어 넬슨 총재는 사과 지지 연설을 통해 "우리는 언어, 질병, 무지, 선의, 인간의 근본적 편견, 그리고 문화와 기술적 간극이 합쳐져 더없는 혹독함을 빚어낸 것을 알고 있다"면서 "우리가 심히 미안하다고 말할 때 우리는 각 세대가 그 행위의 장기적인 결과를 모르며 산다는 점을 상기한다"고 말했다.

 

  넬슨 총재가 연설을 행할 때 의사당 밖의 대형 스크린 앞에 운집한 수천의 원주민들 중에서는 등을 돌리고 "부끄러운 줄 알라"고 외치는 항의의 소리가 터져나오기도 했다.


reporter@hojuonline.net
2008-02-13 11:3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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